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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을 이어 미래를 열다.
수백 년 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안동 권 씨 병곡 종택 곳곳에 선인들의 숨결이 살아 숨 쉰다.
세월의 무게가 쌓인 종갓집 마루, 지난 2002년 이 마루 밑에서 예상치 못한 물건들이 발견되었다.
여러 개 나무판을 이어서 만든 사방 1미터가 넘는 대형 목판 중국 고금 역대 연혁도 라고 부르는 일종의 세계사 교재다.
여기에는 중국과 우리나라는 물론, 만주와 일본의 역사 그리고 저자가 살았던 고장과 직업 내력까지 하나의 도표로 정리되어있다.
이 한 장의 목판에 역사를 되살리려는 옛사람들의 지혜가 담겨있는 것이다.
조선의 유학자 퇴계 이황의 정신이 오롯이 살아있는 도산서원
사도세자 추존 만인소(1855)
이 서원에서 한국국학진흥원에 기탁한 자료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이 있다.
지주 속에 갇혀 죽음을 당한 사도세제에게 임금 칭호를 내려달라는 영남유생들의 간곡한 청이 담긴 상소이다.
일만 명의 넘는 사람이 참여해 만인소라고 이름 붙여진 이 상소는 10,432명의 이름과 서명이 낱낱이 기록되어 있으며, 길이만 해도 16.5미터로 상식을 뛰어넘는 규모다.
이 상소는 끝내 수용되진 않았지만, 당시 영남유생들이 뜻을 하나로 모아 행동했음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이다.
옛 기록은 이렇듯 시간을 거슬러 우리 역사의 다양한 면모를 알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